Giuseppe Verdi - Messa da Requiem (베르디 - 레퀴엠) 출생과 생애 ▶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19세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로서 로시니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의 극 음악을 최고의 경지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말년에 이르러 얼마 되지 않는 훌륭한 교회 음악 작품을 남겼으며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Messa da Requiem은 서양 음악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의의를 지니는 진혼 미사곡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오페라 작법이 최고의 경지에 이를 무렵에 작곡된 이 곡은 진혼 미사곡의 가사가 내포하는 극적인 요소를 추출하여 음악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도록 완성되었다. 이전세대의 대 작곡가들조차 완성하지 못한 진혼 미사곡의 음악적 표현의 전형이 베르디에 이르러서야 완성되었으므로 이곡은 음악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Messa da Requiem ▶ 베르디가 진혼 미사곡을 작곡하게 된 경위는 이탈리아 낭만주의의 두 거장, 로시니와 만조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1868년 아탈리아 오페라의 선구자 로시니의 사망 소식을 들은 베르디는 그를 기념하기 위한 진혼 미사곡을 작곡할 것을 밀라노의 악보 출판사 리코르디에 제안하여 Messa a ossini 작곡에 몰두한다. 이 곡은 당대 명성이 높은 13명의 이탈리아 작곡가들이 각 부분별로 작곡하여 1869년에 완성된 공동 작품으로서 베르디는 맨 마지막 부분인 'Liverame'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로시니 사망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 작품은 연주상의 난해함과 베르디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휘자였던 마리아니의 불성실함으로 인해 연주되지 못하였다. 베르디는 격분하였지만 연주회는 성사되지 못하였고 그는 다시 오페라 작곡에 몰두하여 Aida를 완성하게 된다. 한 동안 Aida 공연에 몰두하던 베르디는 진혼 미사곡 전곡을 완성 하기로 결심 하고 로시니를 위해 작곡했던 'Livera me'를 중심으로 하여 전곡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1873년 5월에 그가 매우 존경하던 도 다른 인물인 만조니가 89를 일기로 밀라노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그와 더불어 가장 순결하고 거룩한, 우리들의 최고의 영예가 사라졌다." 그의 죽음에 너무 상심한 나머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뒤늦게 그의 묘소를 방문하기 위해 밀라노로 향하게 된다. 리코르디를 통해 베르디는 밀라노 시장에게 만조니 사망 1주년 추모행사를 위한 진혼 미사곡을 작곡할 의사를 전했다. 그는 시 당국에서 초연에 드는 비용을 지불한다면 악보를 인쇄하는데 드는 비용을 자신이 부담할 것을 제의했고 시장은 그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1874년 4월 진혼 미사곡을 완성한 베르디는 최고의 음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밀라노의 San Marco 성당을 연주장소로 선택했고 120명의 합창단, 100명의 관현악단과 함게 연습을 했다. 베르디 자신의 지휘로 초연된 연주회는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3일 후 베르디는 La Scala에서 두번째 공연을 했다. 초연 전일부터 밀라노에 머물렀던 독일의 지휘자이자 바그너 숭배자인 뷜로우는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내일 밀라노의 San Marco 성당에서 자신이 작곡한 곡을 그 자신이 지휘하는 기괴한 진혼 미사곡 -염치없이 로시니의 불멸성을 소멸시키고 이탈리아의 예술적 기호를 파괴하는 작품-연주회가 열릴 것이다. 교회 음악의 옷을 입은 베르디의 최후의 오페라는 또한 3일 연속 La Scala에서 연주될 것이다....." 다음 날 신문에, 그는 다시 "뷜로우는 San Marco 성당에서 어제 장관을 이룬 연주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베르디의 교회 음악을 듣기 위해 밀라노로 모인 외국인들 가운데 결코 함께 하지 않았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뷜로우의 이러한 혹평은 오히려 베르디의 진혼 미사곡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 전락하였다. 당대 독일 고전주의 음악의 전통을 고수하던 브람스는 진혼 미사곡의 증보를 연구한 후 "뷜로우는 스스로 바보가 되었다. 이것은 천재의 작품이다."라고 단언했다. 뷜로우는 몇 년 후에야 자신의 진정을 토로하면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베르디에게 사과의 편지까지 썼다. 그러한 가운데 빌로우의 청중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베르디의 명성은 유럽 각지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곡은 한마디로 '극적인 교회 음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베르디 자신은 결코 이 곡을 오페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일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초연 한 달 전 리코르디에 보낸 다음과 같은 편지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당신이 원하던 대로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표현과 악보에 있어서 쉽지 않은 의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이 미사곡을 오페라를 부르는 방식으로 부르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저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극작용 음악에 적합하지만 이 곡에는 어울리지 않는 악구와 다이나믹은 결코 나를 기쁘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진혼 미사곡에서 그는 죽음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자유롭게 나타냈으며 그의 관심은 사후세계에 대하여 너그럽게 감수하는 마음이나 즐거운 기대감 등에 있지 않았다. 베르디는 작곡 당시 모짜르트, 케루비니, 베를리오즈의 진혼 미사곡을 연구하였으며 그들의 작품보다 훨씬 현실감 있게 최후의 날의 공포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즉, 베르디는 진혼미사곡의 가사에서 고통 가운데 괴로워하고 참회하는 인류의 모습을 발견하여 이러한 광경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베르디의 진혼 미사곡은 단순히 죽은 이들을 위로하는 미사곡이 아닌,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는 미사곡이다. 제1곡[Requiem & Kyrie] 절제되고 경건한 입당송은 무반주 합창을 위한 중간 파트와 대칭적 형식으로 되어 있고 전례 음악의 모범을 따르고 있다. 첼로의 약음을 사용한 느린 연주와 함께 하행선율로 매우 조용하게 시작되는데, 이 대의 하행 선율은 합창이 단조로운 노래로 시작할 때, 다른 현악기들에 의해 상승된다. 그 이후에 a단조에서 A장조로의 변화에서 단조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악구가 'Lux perpetua'의 전조로 안내하며 'Te decet hymnus'는 아 카펠라로서 대위적 선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느 정도 중세 성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절제된 표현에 가까워짐으로 그 범위가 커지게 된다. 고요한 초반부가 반복된 이후 전이구를 거쳐 'Kyrie elesion'에서 솔로들이 하나씩, 반음계적으로 하강하는 반주에 맞추어 풍부하게 확장된 서정적 주제로 들어간다. 역진행으로 구성된 절정부가 지난 후 반음계적으로 하강하는 반주가 'Christe'를 pp로 이끈다. 제2곡[Dies Irae] 이 부분은 중세 교부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작시한 것으로서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한다. 하나의 거대한 악장으로 되어 있는 이 부분은 가사, 조성과 템포, 표현의 변화를 가지는 13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곡은 공포와 경외, 간구, 그리고 부드러움 등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진혼미사곡의 전례문을 충실히 따랐지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Dies irae'를 군데군데 삽입하여 견고한 구조를 이루도록 하였다. 이 곡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맨처음의 도입부에서 오케스트라는 g단조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의 광경처럼 소란스럽게 시작하며 고통스러운 외침을 표현한다. 뒤이어 합창이 혼란과 끔찍한 절규로 이끌며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주제가 시작된다. 금관과 목관, 그리고 베이스드럼의 파괴적인 엇박의 울림은 심판의 날의 장엄한 광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급격하게 움직이는 현악기의 진행에 합류하여 감 7화음, 반감 7화음으로 구성된 동형진행으로 끔찍스러운 광경의 절정을 표현한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공포의 기운이 감도는 침묵 속으로 빠져들 때, 오케스트라 내부에서의 네 대의 트럽펫과 베르디가 거리를 두고 보이지 않기를 원했던 또 다른 네 대의 트럼펫이 폐허가 된 세상을 연상시키며 번갈아 올린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아마도 베를리오즈의 Messe des Morts로부터 얻었을 것이지만, 베르디는 보다 사실적인 예술적 효과로 표현하였다. 트럼펫의 장엄한 울림과 함께 오케스트라와 'Tuba mirum'을 부르는 Bass가 합류하여 절정에 이르게 된다. 또한 요한 계시록에서의 '나팔과 같은 음성'을 표현하는 Soprano는 E음으로 된 지속음으로 위와 같은 음향효과를 나타낸다. 갑자기 모든 소리가 끊어지고 나면 베이스 솔로가 pp로 'Morsstupebit'를 시작한다. 'Liber scriptus'는 메조 소프라노 독창을 위한 열정적이면서도 풍부한 표정을 지니는 곡이다. 'Dies irae'를 속삭이는 합창에 의해 솔로의 연주가 그 때마다 멎게 되는 이 부분은 원래 합창의 4성 푸가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후에 개작한 것이다. 솔로가 끝나면, 전이구를 거쳐 감 7화음으로 된 절정부의 'Dies Irae'가 합창에 의해 재현된다. 동형진행이 사라지고 합창의 유니즌과 현악의 트레몰로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그리고 구슬픈 바순 솔로와 함께 'Quid sum miser'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삼중창은 Bass에 의해 장엄하게 시작되는 'Rex tremendae'로 연결되면서 솔로와 합창의 격앙된 기도인 'Salva me'로 빠르게 들어간다. 고통받는 인류는 영광스런 하나님의 위엄보다 베르디를 감동시켰고, 노래로 들려주는 변론은 마지막 후주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부드럽게 연주되는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솔로의 이중창 'Recordare'는 서정적인 테너 솔로의 'Ingemisco'로 이끈다. 오보에 솔로가 나뉘어 바이올린에 대비되는 테너 솔로와 함께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악구를 교대로 연주할 때 'Inter oves'가 시작된다. 'Inter oves'의 시작은 심판으로부터 건져져서 하나님의 오른편에 거할 수 있기를 열망하는 테너의 B'까지 올라가는 자신감에 넘친 외침으로 절정에 다다른다. 베르디가 베이스 솔로의 음색을 위해 가장 탁월한 곡조로 준비한 'Confutatis'는 'Dies Irae'가 완전히 응축된 모든 공포로 되돌리기 전에 마지막 종지까지 힘들게 도달해만 한다. 다시 끔찍스러운 도입부가 재현된 이후 반음계적인 하행 선율로 된 전이구를 거쳐 'Lacrymosa'로 들어간다. 먼저 메조 소프라노 솔로가 주제 선율을 부른 후 반음계적으로 상승하는 눈물어린 반주와 함께 다른 솔로들과 합창에 의해 주제 선율이 반복된다. 이 곡에 사용된 주제 선율은 그의 오페라 Don Carlos의 4막에서 Posa가 죽느 ㄴ장면의 선율로부터 차용되었다. 선법 대위법에 의해 상승된 후 소프라노 솔로의 B' 으로 절정부를 이루는 부분은 매우 감동적인 부분이다. 애조를 띤 분위기는 귓가에 축복처럼 들리는 G장조의 'Amen'으로부터 밝아지며 마지막 후주가 응답하면서 마치게 된다. 제3곡[Offertorio] 네 명의 솔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 악장은 따듯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이 부분은 세 개의 대조적인 템포로 되어 있고 ABCBA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봉헌송의 가사에 생기를 불어넣는 곡조는 흘러내리는 듯한 멜로디와 차분한 관현악 반주 속에 훌륭하게 나타나 있다. 먼저 서정적인 주제로 단순하면서도 주법상에 있어서 난해한 첼로 연주가 시작되면 솔로들에 의해 전개된다. Quam olim Abrahae'에서 분위기는 생기를 띠게 되지만, 곧 다른 솔로의 보조를 받으며 고요하고 아름다운 테너 솔로의 'Hostias'가 시작된다. 'Quam olim Abrahae'의 재연은 이 악장을 열었던 첼로 테마를 솔로의 유니즌으로 재현되는 부분으로 연결된다. 끝 부분에 이르러 생명의 세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현악기의 트레몰로로 마치게 된다. 제4곡[Sanctus] 이중 푸가로 되어 있으며 교회 음악의 모범적인 전형을 따르는 부분이다. 트럼펫의 역동적인 리듬과 합창의 웅장한 화음으로 도입부를 장식한 이후 진행되는 이중 푸가의 합창은 밝고 생기가 있다. 뒤이어 나오는 베네딕투스에서는 주제에 대한 두 번째 수식이 나오는데, 나란한 조로 되어 있고 끝부분에서 첫 번재 호산나와 달리하여 전통적인 수법에서 탈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F장조의 매우 아름다운 화성 음악으로 구성된 호산나 이후 끝부분에 이르러 반음계적인 반주로 상승된 분위기는 V9 화음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어 웅장한 후주로 마치게 된다. 이전 악장들과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레이션은 대단히 화려하다. 제5곡[Agnus Dei] 단순하면서도 경건한 선율을 주제로 하여 변주곡 형태로 되어 있는 이 곡은 무반주 2중창으로 시작하며 이후 합창으로 반복된다. 이어서, 솔로는 같은 으뜸음조로 반복하고 합창과 관현악 편성으로 변화시킨다. 주제부의 변형으 ㄹ거치면서 여성 파트는 주제 선율을, 남성 파트는 화성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종지 이후 아름다운 고음역에서 바이올린 상행 선율로 마치게 된다. 제6곡[Lux aeterna] 다음 곡을 위해 휴식이 허락된 소프라노를 제외한 세 성부의 솔로들만이 연주한다. 부분적으로는 대위법적 구조의 무반주로 되어 있으며 약동하는 반주 위의 서정적인 멜로디르 ㄹ바탕으로 한 부분이 있는 이 악장은 기묘한 양식으로 복종과 믿음을 표현하고 있다. 레시타티브와 흡사하게 메조 소프라노 솔로가 빛을 상징하는 현악기의 트레몰로와 함께 밝은 음색으로 시작하면 저음역과 목관 악기와 함께 베이스 솔로가 'Requiem aeternam'으로 응답한다. 'Lux'와 'Requiem'의 대비는 찬란한 서정적 주제가 드러난 후 악장의 끝까지 계속되면서 해결된다. 제7곡[Libera me] 이 악장은 매장의식을 종결하는 사죄의 부분으로 여사제 시빌의 예언과도 같은 소프라노 솔로의 급박한 살모딕에 대해 공포에 질려 속삭이는 듯한 합창의 응창(responsory)으로 시작한다. 소프라노 솔로의 극도로 격양된 "Tremens factus'는 반음계적인 하행선율과 현악기들의 트레몰로로 더욱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일시적인 평화를 나타내는 듯한 전이구를 거쳐 갑작스러운 'Dies lrae' 도입부의 완전한 재연으로 이어진다. 곡 맨 처음 오프닝 테마의 위로하는 노래가 소프라노 솔로와 무반주 합창의 다른 움직임으로 시작된다. 소프라노 솔로는 여기서 기대를 갖고 표기한 pppp를 B'까지 올린다. 연주에서는 이부분이 이 곡의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며, 또한 평온한 순간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다시금 시빌의 예언이 재현되는 듯한 소프라노 솔로의 더욱 급박한 'Libera me'를 반복하면서 마지막 주제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소프라노 소로의 격앙된 노래와 현악의 전율이 감도는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합창의 드라마틱한 푸가가 터져 나온다. 이 푸가는 거의 모든 조성이 사용되며 각양 각색의 인류의 외침을 표현하고 있다. 이후 소프라노 솔로의 감동적인 선율이 진행되고 이를 방해하는 듯한 합창의 급박한 동형진행 이후 마침내 전곡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tutta forza로 된 전 인류의 외침으로 절정을 이룬다.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은 공포에 질린 속삭임 안에서 기도를 되풀이하며 고요한 가운데 미명의 빛과도 같은 평온의 기운이 감돌며 전곡의 마지막에 다다른다.